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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경호요원 김수현은 약혼녀 전주연이 잔인하게 살해당하자 자신이 경호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분노로 가장 고통스러운 복수를 다짐한다. 김수현은 연쇄살인마 장경철이 범인임을 알아내고 죽은만큼의 고통만 가하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며 끝내고 싶어도 끝내주지 않는 처절한 응징을 시작한다. 그러나, 악마보다 더 악랄한 살인마 장경철은 난생처음 만난 대등한 적수 김수현의 출현을 즐거워하며 반격에 나선다. 사이코패스와 국정원 경호요원의 상반된 인물이 어쩌면 공통된 악마성을 드러내는 영화로 인간의 성악설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1. 연출과 디테일
이영화의 오리지널 각본은 <신세계>와 <마녀>를 연출하고 <부당거래>의 각본을 쓴 박훈정 감독의 시나리오이다. 애초에 이 영화는 감독이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날 최민식배우가 우연히 시나리오를 접하게 되었고 영화 속 장경철 역이 아닌 살인마를 쫒고 복수하는 김수현 역에 욕심이 나서 거꾸로 김지운 감독에게 연출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김지운 감독이 생각할 때 장경철 역은 원색적이며 본능적이고 외적으로 광기가 발산되는 중요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최민식이라는 배우 안에서 꿈틀 되는 뜨거운 에너지 같은 것이 김수현 역이 아닌 오히려 장경철 역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여 장경철 역을 제안했다. 그렇게 전형적인 악마성을 갖는 동시에 또 다른 느낌의 카리스마를 표출하는 묘한 이중적 매력의 사이코패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영화의 오프닝은 느릿하면서 끈적이는 느낌으로 영화 초반 차량을 운전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카메라가 따라가게 될 때 미스터리 한 느낌과 두려움, 그리고 긴장감이 넘치는 분위기를 살리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만든 첫 번째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이었다. 김지운 감독은 평소 영화를 만들기 전에 항상 이 영화가 어떤 리듬과 어떤 무드의 영화가 될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주로 머릿속의 그림과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음악들을 들어보며 영화의 무드와 톤 그리고 분위기를 잡아간다.
2. 극적이고 처절한 인물들의 설정
영화의 첫 희생자로 나오며 남자 주인고의 피앙새 역할을 맡은 배우는 오산하 배우이다. 김지운 감독의 모든 영화를 통틀어 흔치 않은 낯간지러운 연인들의 대화 씬이 나온다. 감독은 이 대화를 통해 평범한 연인들의 일상에서 무자비하게 떨어지는 생의 참혹한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이병헌 배우가 맡은 수현 역의 직업을 국정원 요원으로 설정한 이유는 누군가를 지키는 일을 하면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한 남자의 곤혹스러운 딜레마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는 또한 자신에 대한 원망을 강조하기 위한 효과도 있었으며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감청기, 위치 추적기 등에 대한 출처도 명확히 해주는 장치가 된다. 감독은 <친절한 금자 씨> 이후로 수년만에 스크린에 등장하는 최민식 배우의 얼굴을 어떻게 보여줘야 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힘 있는 최민식 배우의 얼굴을 내내 감추고 있다가 난대 없이 주름진 얼굴이 툭하고 싱겁게 나오는 게 오히려 영화를 긴장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김수현이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넘어가는 장면에서 감독은 우리 일상에서 작은 일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후에 큰 대미지로 오는 경우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인물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3. 아름다움과 잔인함의 대비
하얀 설원 위에 붉은 핏자국이 대비되면서도 서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한 장면에서는 감독이 영화를 생각하면서 떠올린 대표적인 첫 시퀀스였다. 아름다운 것과 끔찍한 것이 함께 존재하면서 생겨나는 이질감들이 이상한 파열 감과 부조화를 불러들이면서도 동시에 매혹적인 이미지로써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작용되길 바랬다. 감독은 평소 시외 외곽도로를 운전하면서 덩그러니 남겨진 집들을 볼 때마다 나는 이 집 앞을 편하게 지나가는데 혹시 저 집안에서는 엄청난 살육의 현장이 일어나진 않을까 하는 불온한 상상을 하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로케이션을 찾다가 발견한 폐가에서 이런 느낌을 받게 되었고 이곳이야 말로 살인마 장경철의 공간으로 딱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4. 인간다운 감정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인가.
김수현의 주연을 살해하기 전 주연이 장경철에게 한 첫마디가 살려주세요가 아닌 저 아이를 가졌어요라고 설정한 이유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장경철이 심적으로 동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관객들이 갖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관객들이 기대감을 갖기도 전에 무표정한 표정으로 칼날을 내리치는 장경철의 모습에서 섬뜩함을 주려했다. 처음 감독은 이 영화를 구상할 때 생략, 절제 등의 고급스러운 방법으로 표현할까도 생각했지만 본능적이고 피지컬 하며 더 나아가 살육의 과정까지 직접적으로 보여줘야겠다고 판단한 이유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이 받은 상처를 노골적이고 강렬하게 보여줘야 영화를 만드는 자신과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고스란히 그 고통을 함께 느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들과 그 안에서 일부 인간의 악마성과 잔인함을 극으로 치닫게 설정함으로써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에서 인간다운 삶과 인간다운 감정이 어떤 사회를 만드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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