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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터널 - 집으로 가는길

A레나 2022. 7. 7. 07:48

목차



    터널

    영화 터널은 2013년 소재원 작가가 쓴 터널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무너진 터널에 갇히게 된 남자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원작인 소재원 작가의 소설에서는 주인공 이정수의 상황은 잠깐 나오다가 후반부에는 비중이 사라지게 되지만 영화 터널에서는 관객의 몰입감을 위해 주인공 이정수의 생존기에 포커스를 맞춰 각색되었다. 또한 인물의 관계도 또한 추가하여 더욱 풍성해졌다.

     

    1. 좁은 시야와 넓은 어둠. 그리고 새어 나오는 빛

    이영화는 감독의 배려로 배우들이 몰입할 수 있게 영화의 극 중 시간 순서대로 찍게 되었다. 영화의 첫 시작이 어두운 스크린 바깥에서 흑을 헤칠 때마다 틈틈이 빛이 비치게 되며 출연진, 제작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이틀이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하게 된다. 영화의 초반부 주유소 신에서는 감독이 곧 터널에 갇히게 되어 주인공에게 박탈될 3가지가 모두 담겨있는 뜻깊은 씬이라 밝혔다. 주유소 뒤편의 배경에 추수를 앞둔 벼들은 주인공의 식량을 상징하고 그가 손을 씻으며 낭비하듯 흘려보낸 물은 식수를 상징, 주인공을 비추는 파란 하늘의 햇빛은 그가 어두운 터널에서 꼭 보고 싶었던 빛이 된다. 영화에서 주인공 이정수가 무너진 터널에 갇히고 나서 정신을 차리기까지 영화상 약 27초의 어두운 화면이 계속된다. 감독은 이 사이에 관객들이 영사사고로 생각하여 극장을 나갈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술과 세트의 도움으로 불편하더라도 실제 상황처럼 배우에게 실제감을 주는 환경이 연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최대한 실제 모습으로 환경을 조성했다. 하정우 배우 또한 갇혀버린 차 안에서의 답답함이라던지 차 안에 가득한 먼지들, 그리고 쓸려 나온 토사의 흙냄새 등에서 실제감을 느끼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촬영 중간중간에도 최대한 그 차 안에서 대기하며 극 중 주인공의 정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감독은 이영화를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관객이 좁고 어두운 터널을 2시간 동안 보게 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고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어떤 기술보다 관객이 배경과 어둠을 보지 않고 배우를 볼 수 있게 한다면 성공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하정우 배우가 잘 부응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2. 가족이라는 이름

    주인공 이정수의 아내 세현이 등장하는 첫 장면은 '남편의 사고소식을 듣고 놀란다'로 끝나지만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세현이 충격에 당황하며 카트를 놓게 되고 거기에 타고 있던 아이가 굴러 떨어지게 되면서 '남편의 재앙이 한 가족의 재앙으로 다가온다'라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 있었다. 촬영까지 마쳤지만 그 장면이 너무 압도적인 장면이라  관객들이 그 장면으로 하여금 터널에 갇힌 주인공의 이야기를 잊게 될까 우려가 있어서 개봉할 땐 삭제되었다. 

     

    3. 현실의 벽은 크지만 긍정의 힘은 더 큰 기적을 만든다

    영화 중반부터 주인공 이정수가 구출될 때까지 비관 대신 자신이 구출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 상황을 즐기게 된다. 하정우 배우도 이 장면에서부터 그 안에서 하나하나 생존 물품을 발견하고 생존해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수가 발견하는 모든 것들이 모두 먹지 말라는 것들이어서 그 상황에 담긴 슬프고 웃긴 의도가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했다고 한다. 터널에서 환풍기를 사이에 두고 함께 갇혀있었던 다른 자동차 운전자인 미나, 미나는 사고 당시 생긴 상처로 인해 얼마 못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갇힌 터널 안에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외롭지 않았던 정수는 미나에게 의지했던 만큼 미나의 죽음으로 인해 엄청난 공포와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주인공이 속한 공간이 점점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운전석에서 뒷좌석으로, 그리고 미나가 있었던 차로 이동할 수 있게 되고, 마지막으로는 차 오른편의 빈 공간까지 확장하게 되면서 이에 맞춰 카메라 샷의 화각도 같이 증가하게 되었다. 

     

    4. 첫눈의 빛과 어둠

    주인공 이정수의 구출작전이 점점 진행되면서 극 중 아내 세현이 처음 웃는 장면이 나온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내리는 첫눈은 축복의 눈처럼 묘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웃는 세현의 뒤에는 그해의 첫눈이 내린다. 그러나 그 뒤에 내리는 눈은 점점 쌓여 구조에 어려움도 주는 양면적인 의미로 재앙의 눈으로 바뀌길 의도했다. 주인공 정수가 있는 터널 안은 어둠으로 묻혀가고 바깥의 세상은 눈으로 하얗게 묻혀가는 대비 감을 살리기 위한 의도도 깔려있다. 

     

    5. 누구의 이기심인가

    영화는 재난영화인 동시에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가미된 영화이다. 유일한 생존자인 이정수는 구출을 기다리지만 사회에 만연해 있던 안전불감증들의 결과가 주인공을 긴 기다림으로 이끌었다. 또한 냄비근성이라 비판받는 한순간 관심이 무관심으로 변하는 시점이다. 사건 초반 사회 전반에서 생존자가 무사히 구조되길 원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딘 구조상황과 발생되는 구조인력들의 부상과 사망, 그리고 이기심으로 가득 찬 기업들과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그들이 절대다수가 되면서 소수와 생존자를 위해 노력하는 일들이 오히려 이기심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터널이 붕괴하여 사람이 갇히는 일은 개인의 잘못일까, 사회의 잘못일까, 국가의 잘못일까. 모든 사고에서 개인의 욕심이 발현되는 순간 하나로 모였던 마음이 나뉘고 흩어지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 터널은 재난영화이면서 사회적 인식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순조롭지 않은 상황에서 비난의 화살을 쉽게 약자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그 일이 발생된 원인을 향해 개선할 의지와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현실에서 발생될 모든 재난적 사고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올바르게 가질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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