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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 '신애'라는 주인공이 남편과 사별 후, 아들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이사 왔다가 안타깝게도 유괴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영화이다. 전반적인 줄거리보다는 유괴를 당한 가족과 범죄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아들의 하원길, 유치원원장 '박도섭'의 등장
'신애'는 유치원차를 같이 타고 하원 중 유치원원장인 '박도섭'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집 지을 땅을 알아보는 중이라며 추천을 부탁한다. 운전도중 갑자기 차를 세운 '박도섭'은 길가에서 친구들과 얘기 중인 자신의 딸을 발견하고 범죄자를 연행하듯 강제로 차에 태운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에 관계에 비해 밀양에 내려온 이유, 남편의 부재 이유 등 굉장히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고 나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범죄대상의 타깃으로 서 그 대상의 배경정보를 확인하며 취약점을 파악하는 대화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박도섭'이 딸아이를 타당한 이유 없이 딸아이를 차에 태우고 저항하지 않는 딸의 모습에서 얼마나 지속적인 강압이 있었는지, 그리고 '박도섭'의 실제 성격에 대해 가늠할 수 있게 한다.
2. 아들이 사라졌다.
밀양이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랐던 신애는 늘 웃는 얼굴로 이웃들을 대하면서 어떻게든 밀양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회식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한 그날, 온 집 안을 둘러봐도 아들은 보이지 않고, 그때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건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아들을 납치한 유괴범이었고, 유괴범의 전화를 받은 '신애'는 어딘가로 다급히 달려간다. '신애'가 향한 곳은 평소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잘 도와줬던 이웃인 '종찬'의 가게였지만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에 도움을 청하지 않고 그냥 돌아선다. 신애는 왜 '종찬'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까? 영화의 이전의 여러 장면에서 느껴지는 타인의 도움을 잘 못 받는 '신애'의 성격 탓도 있기도 하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유괴범의 협박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실제 사건에서도 나타나는데, 자녀에게 잘못된 일이 발생될까 두려워 너무나 주변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범인의 협박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3. 영화에 숨어있는 범인에 대한 단서들
주인공 '신애'가 밀양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아이가 유괴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유괴범에 대한 프로파일링이 가능한 몇몇 지점이 있다. 첫째, 회식이 끝나고 집에 가기 직전에 걸려온 전화는 아무 말 없이 전화가 종료된다. 이 전화는 '신애'의 위치 파악을 위해 걸려온 전화였을 것이다. 전화를 걸었던 사람은 '신애'가 그날 회식으로 외출을 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고 휴대폰번호도 알고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둘째, 회식 후 집에 돌아온 '신애'가 집안에서 아들을 찾는 장면에서 집안 풍경을 훑어주는데, 이 장면에서 아이를 폭력적으로 유괴한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즉, 면식범이 물리적 힘을 사용하지 않고도 아들을 집에서 유괴해 나갈 수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셋째, '신애'가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받았고 약간의 여유자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넷째, 유괴범이 지정한 장소에 돈을 두고 돌아가던 신애는 우연히 학원원장 '박도섭'의 딸을 발견하고 그 딸은 친구들과 있다가 갑자기 전화를 받으며 신애가 온방향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는 말처럼 범죄와 관련된 장소에서 지인을 마주친다는 것은 사건해결에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요한 정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4. 피해자다움을 강요받는 피해가족들
학원원장 '박도섭'이 유괴범으로 체포되고 '신애'의 땅구매 비용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를 것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애'의 아들은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결국 아들은 '신애'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그런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신애'는 울지도 못하고 넋 나간 표정으로 서있기만 한다. 이런 '신애'에게 시어머니 등 주변사람들은 이런 태도를 지적하며 비난한다. 이런 일련의 장면들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고정관념을 남에게 강요할 때 강요를 받는 사람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범죄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데 피해자다운 모습이라는 고정관념을 강요받고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감정의 단계를 무시받게 된다. 아들의 사망신고까지 마친 후 근처의 교회 기도회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신애'는 아들을 잃고 처음으로 목놓아 운다. 지금까지 억압하고 자제했던 감정이 폭발적으로 분출이 된 것이다.
5. 용서는 누구의 몫인가
아들이 유괴되고 사망하고 교회 기도회에서 처음으로 감정을 표출한 후 '신애'는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을 이어간다. 신앙을 갖게 된 후 교인들과 관계를 맺으며 '신애'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교인들은 혼자 있는 '신애'를 위해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이 자리에서 '신애'는 교도소에 있는 '박도섭'을 용서하기 위해 찾아가겠다는 엄청난 결심을 발표하게 된다. 용서하려는 이유와 결심에는 하나님의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말씀이 있었다. 결국 교도소를 찾아가 유괴범 '박도섭'을 대면한 '신애'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전하며 용서하겠다는 마음을 전한다. 이에 '박도섭'은 수감 후 하나님을 믿게 돼 회개하고 용서를 받았다고 대답한다. 면회를 마치고 나온 '신애'는 갑자기 기절해 버린다. '신애'가 교회를 다니며 슬픔과 고통을 위로받았듯, '박도섭'이 자신의 아들을 유괴하고 사망하게 만들었지만 신앙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는 사실에 강한 분노를 느끼게 된 것이다. 아들을 잃고 '신애'를 버티게 해 줬던 신앙심이 '박도섭'의 신앙심과 만나 강한 충격을 안겨줬던 것이다.
평소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부재했을 때 느껴지는 빛의 소중함처럼 보이지 않게 '신애'를 도와주고 감싸주며 비춰주는 따뜻한 빛 같은 종찬이야말로 Secret Sunshine일 것이다. 누군가의 슬픔과 절망에 본인의 의견을 내세우듯 위로하지 않고 극복을 강요하지 않으며 슬픔조차 함께 공감해 주는 것이 진정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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