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살인사건 - 미스터리 현장살인극

1.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1997년 봄 영어 간판들과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뒤섞여있는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H대 휴학생 조중필 씨가 화장실에서 가슴과 목 등 총 9군데를 칼에 찔려 참혹히 살해당한 것이다. 화장실엔 피해자 말고 2명이 더 있었는데 두 사람 다 미국 국적으로 용의자로 지목됐다. 한 사람은 17살의 패터슨, 또한 사람은 18살의 에드워 드리다. 두 사람 다 둘 중 범인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본인이 아닌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면서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사건을 담당했던 박대식 검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현장은 치워진 뒤였다. 

 

2. 피해자와 2명의 용의자의 관계

피해자와 2명의 용의자는 전혀 상호작용이 없는 모르는 사이었다. 같은 시각 같은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던 패터슨과 에드워드는 아무나 칼로 찔러보라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상호작용이나 시비가 있었던 것이 아닌 단순히 찌르는 행위를 위해 화장실로 향한 피해자를 쫓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왜 하필 피해자 조중필이었을까. 이야기를 나누던 패터슨과 에드워드가 처음 눈이 마주친 사람이 피해자였던 것이다. 아무 의미 없는 이유에서 범행이 저질러졌다. 재미로 사람을 죽이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 둘의 진실공방이 시작된다.

 

3. 왜 범인이 바뀌었을까.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 뒤 미국 범죄수사대에서 조사하고 패터슨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지목한 이유는 피해자가 칼로 찔려 사망했기 때문에 셔츠 일부에서만 혈흔이 발견된 에드워드가 아닌 손을 비롯한 온몸에서 혈흔이 발견된 패터슨을 지목했다. 그리고 범행에 쓰였던 칼이 원래 패터슨이 소유했던 칼이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범행 이후 칼을 하수구에 버린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증거인멸과 혈흔 특성으로 미군 수사대가 패터슨을 체포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단계에 가서 점인이 뒤바뀌게 된다. 패터슨이 가진 칼이 범행에 사용됐지만 검찰과 경찰은 에드워드를  살인죄로, 패터슨은 증거인멸 및 흉기 소지로만 기소하고 재판에 넘겼다. 범인을 바꾼 이유에 대해 검찰이 제시한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가 법의학자의 소견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피해자가 9번을 찔렸는데도 불구하고 저항흔이 전혀 없었고 즉 굉장히 힘이 센 사람일 것이란 거다. 또한 칼에 찔린 모양이 위에서 아래로 찍은 상처가 많아서 피해자보다 키가 큰 사람이 찔렀을 것이란 것도 이유였다. 패터슨은 피해자보다 키가 컸고 에드워드는 피해자보다 키가 컸다. 두 번째 근거는 거짓말 탐지기 결과 때문이다. 패터슨의 경우 거짓반응 없는 일정한 그래프였던 반면에 애드워드 같은 경우 특정 부분에서 요통 치는 그래프를 나타내어 이 두 가지 근거로 인해 범인이 뒤바뀌게 된다. 

 

4. 패터슨은 실형 에드워드는 무죄

두 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이 범인인 상황에서 패터슨은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다음 해 광복절 특사로 나가게 되고 에드워드는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에서는 20년을 선고받았지만 최종적으로 3심에서 증거 불충분에 의한 무죄를 선고받는다.

대법원은 에드워드가 목격자로 추정된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때문에 나머지 한 명인 패터슨이 범인이라는 논리가 성립하게 된다. 에드워드가 무죄로 판결됐으니 패터슨을 다시 조사를 해야 하는데 당시 검사가 출국정지 연장 신청을 잊은 이틀을 틈타 패터슨은 미국으로 도주한다. 

 

5. 영화로 잊혔던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부활하다.

2009년 당시 사건을 다룬 영화가 개봉하며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언론에서 연일 이 사건에 대해 기사를 쏟아내면서 패터슨을 미국에서 소환하라는 여론이 커졌다. 사건 발생 12년 만에 수사가 재개된다. 미국에 범죄자 인도요청을 하고 6년 후 우여곡절 끝에 2015년 패터슨이 한국으로 소환된다. 2017년 다시 시작된 재판에서의 쟁점은 혈흔 분석이었다. 혈흔 분석과 범죄자 행동 분석에 따라 모든 범인의 특징적 행동이 패터슨을 가리켰고 사건 발생 20년 만에 징역 20년을 선고받는다. 또한 에드워드도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인정이 되었는데 아무나 찔러보라고 부추겼던 대화가 살인교사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었기 때문에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거해 다시 처벌할 수는 없게 되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018년도에 있었던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던 점이다. 용의자 두 사람 다 공범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 살인한 것으로 규정하고 다른 한 명은 섣불리 목격자로만 취급해서 혈흔 분석 등 객관적 자료수집을 충분하 하지 않았고 둘의 거짓말을 가리는 데에만 치중해 범인을 일찍 잡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부실수사를 인정한 셈이다. 이에 법원은 국가가 유족에게 3억 6천만 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한다.

이 사건은 범인이 잡혔음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이유는 아무도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뉘우침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이런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구체적이 거 객관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